경복궁 서측 통인동에 위치한 젊은 조각가를 위한 집이다. 큰길가에서 한 블록 들어가 코너에 위치하고 있는 대지는 인지성이 좋아 작업과 전시, 그리고 주거를 해결하고자 하는 건축주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주변에 비교적 큰 필지들의 집들이 여러 채 있지만 대체로 작은 규모의 집들이 모여 있는 전형적인 구도심의 조용한 동네다.
대지는 남북으로 긴 장방형의 모양으로 두 개의 막다른 도로와 접하고 있다. 40평 규모의 작은 필지는 건축행위를 위해 8평 정도를 내주어 도로 폭을 확보해야 했다. 구도심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로 개발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이는 건축가에게도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고 주변과 조화로운 집을 설계하기에 큰 부담이다.
건축주는 거친 작업과 그래픽 작업을 각각 할 수 있는 작업공간과 본인의 작품 혹은 기획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 및 수장고를 요구하였다. 또한 근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서 작은 미술 교실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건축주는 오랫동안 살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주거공간을 기대했고 개인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하였다. 32평 정도의 작은 대지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위해 효율적인 공간계획이 요구되었다.
설계에 앞서 조용한 동네에서 젊은 조각가가 거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걱정이 앞섰다. 소음과 분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대공간과 방음시설을 요구하는 작업장은 지하로 내려가 40평 규모의 대지를 모두 활용하며 소음을 최소화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1층에는 그래픽작업과 미술교실을 병행하며 평소에는 손님을 맞는 리셉션 공간을 두고 2층에 전시공간을 계획하였다. 3층 이상의 층은 주거로 사용하였다. 주변의 스카이라인과 도로 및 일조건 사선을 고려하여 지하층과 1층을 제외한 층고를 2.7m로 설정하였다. 보를 각 층의 끝단으로 돌리고 찬장으로 슬라브 골조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계획하여 천정고 2.4m의 필요 공간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하층은 층고 4.5미터의 공간으로 남북쪽에 썬큰을 만들어 채광과 통풍을 고려하였다. 창호는 시스템창호 및 삼중유리를 사용하여 단열 및 방음을 고려하였고, 환기 및 분진집진 설비를 따로 고려하여 양호한 작업환경과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 하였다. 1층과 2층은 그래픽 작업 및 교육, 전시 공간으로 상황에 따라 사용 할 수 있도록 비어두었다. 3층부터는 주거영역으로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수직적으로 분리하여 공간질서를 주었다. 4층과 5층은 외부 데크 공간을 두어 인왕산과 북악산의 수려한 경관을 외부에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집은 주변과 조화를 고려하여 매스를 최대한 분절시키며 여러 건축제한을 만족시켰다. 주변 집들과 좁은 동간간격으로 입면계획 시 시각적 차폐를 계획단계부터 섬세하게 배려해야 했다. 주재료인 벽돌을 이용해 이중외피를 만들었고 통풍과 채광이 필요한 부분은 띄어 쌓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재료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기능적으로 만족스러운 입면계획이 되었다. 띄어쌓기 개구부 폭의 변화를 주기위해 290미리 광폭에 보강용 구멍이 많은 호주산 벽돌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