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주의 집은 중년 건축주의 집과 확연히 다르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맞벌이를 하며 분주하게 일과 가정을 꾸려가는 삶 가운데 착실히 예산을 마련하여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큰 전환점이다.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키우는 두 자매가 인천 청라지구에 땅을 마련하고 함께 모여 살고자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찾아왔다. 두 가구가 힘을 합쳤지만 토지구입비를 제하고 남은 한정된 예산으로 건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두 자매 건축주는 평상시에도 수시로 왕래하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일반적 다가구주택과 달리 각 가정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수시로 왕래 가능한 집이 요구됐다. “썬룸”은 바로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안한 공용공간이다. 남쪽 마당을 면해 서쪽 매스를 관입하는 썬룸매스는 아이들의 공간이다. 썬룸은 1층과 2층의 중간층에 위치하여 두 가정에서 모두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1층과 2층의 주거공간과 떨어져 있어 소음걱정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다. 두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후 이곳에 함께 모여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남향의 풍부한 채광을 향유하고 마당으로 바로 출입하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수년 후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썬룸은 사랑채와 같이 서재 겸 아빠의 취미생활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젊은 시절 집을 짓고 나이 들어가는 건축주의 생애가 반영되어 함께 나이드는 집을 고려한 것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서측매스는 어른들의 공간이다. 거실, 식당, 주방, 주인침실을 나란히 배치하여 기능적이면서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평면 구성은 동일하지만 1층은 마당과 접지하며 전원주택의 분위기를 가지고 2층은 경사지붕이 만드는 높은 천정고와 풍성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두 가정은 수년 주기로 서로 층을 바꿔 살아보겠다고 한다. 같은 집이지만 새로 이사 온 것 같은 재미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라지구단위계획은 판교보다 규정이 더 엄격하게 규정되어 매스형태에 영향을 많이 받을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추후 임대 가능성을 대비하여 두 세대 모두 전면에서 진입하는 일반적 계획을 제안하였는데, 건축주의 특수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전면과 후면에서 나누어 출입하는 계획으로 변경되었다. 외부마감은 벽돌타일과 스터코, 징크 마감을 조합하여 가성비가 우수하면서도 가벼워보이지 않고 오랜시간 건축주와 함께 웰에이징 할 수 있는 집이 되도록 계획했다. 벽돌타일마감은 최근 삼전스튜디오하우스에서 시공경험이 축적된 바 있다. 적절한 계획과 노하우가 뒷받침된다면 최근 인건비 상승과 조적공 부족이란 현장의 어려움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